각묵스님(초기불전연구원 지도법사)

논평자(이하 평자)는 임승택 선생(이하 논자)의 ‘첫 번째 선정(初禪)의 의의와 위상에 대한 고찰’을 큰 감동으로 읽었다. 禪, 특히 초선을 통하여 번뇌를 멸하고 해탈 열반을 성취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을 드러내기 위해서 일관된 체계와 관심으로 심도 깊게 논지를 전개한 논자의 글은 논문으로서의 진수를 보여주기에 모자람이 없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논자가 사용하고 있는 사마타와 위빳사나라는 용어는 초기경에도 나타나기는 하지만 아비담마에 바탕한 주석서에서 정확한 개념규정을 하고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물론 논자의 이전의 연구물들에서 주석서에 바탕한 개념규정을 충분히 하였겠지만 몇 가지 아쉬운 점이 있어서 평자는 아비담마의 관점에서 몇 가지 문제제기를 하는 것으로 논평에 대신하고자 한다.

초기불교 특히 남방불교의 수행이론을 바르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수행에 관계된 술어들에 대한 정확한 개념규정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본다. 평자는 먼저 평자가 이해하고 있는 이들 술어의 개념을 적어보고 난 연후에 이를 바탕으로 몇 가지 문제제기를 하려한다.

사마디(samādhi, 삼매)는 초기경에서는 ‘마음이 하나의 대상에 집중됨(cittassa ekaggatā, 心一境)’¹⁾으로 정의한다. 삼매는 집중을 나타내는 가장 넓은 의미의 술어이다. 남방불교에서 삼매는 여러 측면에서 분류되고 있지만 사마타와 위빳사나와 관계된 문맥에서는 근접삼매와 본삼매와 찰나삼매의 셋으로 정확하게 개념규정을 하여 사용하고 있다. 그러므로 수행과 연관지어 삼매를 정확하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근접삼매와 본삼매와 찰라삼매의 개념을 정확하게 이해할 필요가 있다.

먼저 근접삼매(upacāra-samādhi)와 본삼매(appanā-samādhi)에 대해서 살펴보자.

『청정도론』의 정품(定品, samādhi-kkhandha)에 따르면 여러 가지 명상주제(깜맛타나, kammaṭṭhāna) 중의 하나에 집중하여 고정된 표상(nimitta)을 일으키는 것을 거듭해서 닦으면 ‘익힌 표상(uggaha-nimitta)’이 생기고 이것은 다시 ‘닮은 표상(paṭibhaga-nimitta)’으로 발전되며 이런 표상에 거듭 몰입함으로써 근접삼매(upacāra-samādhi)에 들게 되고 근접삼매는 다시 본삼매(appanā)에 이른다고 한다.

『청정도론』(IV.32-33)에서는 이 둘의 차이점을 이렇게 설명한다.

“두 삼매의 차이점은 이와 같다. 근접삼매에 들 때에는 [禪의] 各支(aṅga)들이 견고하지 않다. 각지들이 견고하지 않기 때문에 근접이 일어날 때 잠시 동안 마음이 표상을 대상으로 삼았다가 잠시 동안 잠재의식으로 들어간다. 마치 어린아이를 일으켜 세워놓으면 계속해서 땅바닥에 넘어지는 것처럼. 그러나 본 삼매의 [禪의] 각지들은 견고하다. 그들이 견고하기 때문에 본삼매가 일어나면 마음이 한 번 잠재의식의 흐름을 끊고 밤과 낮이 다하도록 계속되고 유익한 속행의 마음의 흐름으로서 일어난다. 마치 건강한 사람이 자리에서 일어나 하루 종일 서 있을 수 있는 것처럼.”

그리고 주석서들에서는 이 본삼매와 자나(jhāna, 禪)와 사마빳띠(samāpatti, 等持)는 완전한 동의어로 취급하고 있다.²⁾

한국 학계에서 제대로 이해되지 않고 있는 술어가 찰나삼매(khaṇika-samādhi)인 듯하다. 찰나삼매란 위빳사나의 순간에 함께 생기는 삼매(집중)의 심리상태를 설명하기 위해서 등장하는 술어이다. 찰나삼매는 무상․고․무아를 수관 혹은 통찰하는 위빳사나에는 반드시 함께 한다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그래서 청정도론 주석서에서는 “찰라삼매 없이 위빳사나는 존재하지 않는다(na hi khaṇikasamādhiṁ vinā vipassanā sambhavati)”³⁾라고 단언하고 있다.⁴⁾

그러면 왜 위빳사나는 찰라삼매와 함께 하는가? 그것은 본삼매에 들어있을 때는 위빳사나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하면 본삼매는 개념(paññatti)인 닮은 표상에 마음이 집중되어 있기 때문에 대상을 무상․고․무아로 수관 혹은 통찰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것은 아비담마에 기초한 남방불교 수행론을 이해하는 아주 중요한 사항이다. 여러 주석서와 복주서들에 나타나는 사마타와 위빳사나와 관련된 복잡한 듯한 주석은 이런 기본 전제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면 이해할 수 없다.

한편 찰나삼매(khaṇika-samādhi)는 청정도론의 주석서에서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찰나삼매란 한 순간만 지속되는 삼매이다. 왜냐하면 그것도 대상에 간단없이 하나의 형태로 일어나면서 반대되는 것 [즉, 다섯 가지 장애]에 의해 억압되지 않고 마치 본 삼매에 든 것처럼 마음을 흔들림 없이 고정시키기 때문이다. Pm.235/ Vis.VIII.232)”

그리고 남방에서는 한결같이 위빳사나를 ‘바로 지금 여기서 일어나는 물․심의 현상[法]에 대해 무상․고․무아의 세 특상을 꿰뚫는 것(paṭivedha, 洞察)⁵⁾ 혹은 수관(隨觀)하는 것(anupassanā)’⁶⁾으로 정의한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위빳사나는 사물의 본성(sabhāva)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는 것으로 향하는 지혜(반야, 통찰지, paññā)라는 것이다.

이러한 개념규정에 근거하여 논평자는 다음과 같은 문제제기를 해본다.

첫째, 이런 바탕에서 관찰할 때 과연 사마타(본삼매)와 위빳사나는 동시에 닦을 수 있는가? 남방불교의 결론은 “아니다”라고 말한다. 사마타와 위빳사나는 한 순간에 동시에 일어날 수 없다. 위에서 살펴보았듯이 위빳사나를 하는 순간의 집중은 찰라삼매여서 본삼매인 사마타는 아니다. 광의로 볼 때 삼매(定)와 지혜(慧)는 동시적이지만 사마타(止)와 위빳사나(觀)는 동시적이라 할 수 없다. 그러므로 굳이 지와 관을 연결지어 생각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물론 사마타를 자유로이 닦은 자는 쉽게 위빳사나를 터득할 것이다. 그리고 위빳사나에만 전념한 자도 쉽게 사마타를 증득할 것이다. 그러나 이 둘은 동시적은 아니며 반드시 사마타를 닦고나서 위빳사나를 닦을 필요도 없다. 먼저 사마타를 닦고 위빳사나를 닦을 수도 있고 위빳사나를 먼저 닦고 사마타를 나중에 닦을 수도 있으며⁷⁾ 사마타 없이 순수 위빳사나를 닦을 수도 있다.⁸⁾ 그러나 본삼매와 위빳사나는 한 찰나에 병립할 수 없다. 본삼매를 수행하다 위빳사나를 수행할 경우 본삼매에서 나와서(vuṭṭhāya) 위딱까 등 사마타의 심리현상(cetasika, 心所)들과 또 그와 함께 하는 심소법들에 대해 무상, 고, 무아로써 위빳사나를 닦는다. 그 위빳사나와 함께 하는 삼매는 찰나삼매이다. 그러므로 본 삼매인 상태에서 위빳사나를 닦을 순 없다.

둘째, 논자의 주장처럼 사띠(sati, 念, 마음챙김, 마음지킴)와 위빳사나는 같은 개념인가? 남방에서 사띠와 위빳사나를 같은 개념으로 보는 이유는 논자도 밝히고 있듯이 다음에서 기인한 듯하다.

초기경에서 마음챙김은 (大)念處經(마음챙김의 확립, D22; M10)과 念身經(몸에 대한 마음챙김, M119)과 出入息念經(들숨날숨에 대한 마음챙김, M118)으로 정리되어 나타난다. 염처경에는 마음챙김의 대상을 身(몸)․受(느낌)․心(마음)․法으로 정리하고 있고 염신경에서는 몸의 여러 현상에 마음챙기는 것으로 정리하고 있으며 출입식념경은 호흡하나에 마음챙기는 것을 설하고 있다. 특히 염처경에서는 마음챙김의 확립이라는 제목 하에서 몸 등을 隨觀(anupassanā)한다는 구절이 반복되어 나타나고 있으며 이런 수관은 주석서에서 무상․고․무아로 수관하는 것을 위빳사나라 정의하는 것과 연결된다. 그러므로 사띠→수관→위빳사나의 관계를 따라서 사띠를 위빳사나와 같은 것으로 간주하는 것 같다. 그러나 염처경의 원문에서 사띠는 ‘삼빠자노 사띠마(sampajāno satimā, 충분히 알아차리고 마음챙기는 자가 되어)’라는 구절 등으로 나타날 뿐 사띠를 아누빳사나(수관)와 위빠사나의 동의어로 사용된 출처는 발제자가 과문한 탓인지 모르나 아직 찾지 못하고 있다.

아비담마의 입장에서 보자면 위빳사나와 사띠는 전혀 다른 개념이다. 청정도론(XIV.141)에서는 “마음챙김은 [대상에] 깊이 들어가는 것(apilāpana)⁹⁾을 특징으로 한다.”고 적고 있다. 마음챙김은 전적으로 유익한 마음부수법(심리현상)이다. 그러므로 통찰지(paññā)를 뜻하는 위빳사나에도 반드시 있게 되고 유익한 마음의 집중이라는 사마타/삼매에도 반드시 함께 하는 심리현상이다. 대상을 챙기지 않고서는 대상에 대한 집중도 대상에 대한 무상․고․무아의 통찰도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마음챙김은 사마타를 개발하든 위빳사나를 개발하든 반드시 제일먼저 개발되어야할 유익한 마음부수법(심리현상)이기 때문에 수행을 설한 세 경에서 제목을 마음챙김(염처, 염신, 출입식념)으로 한 것으로 봐야한다. 그러나 위빳사나는 통찰지(반야)이다. 그래서 모든 유익한 마음들과 항상 함께하는 마음챙김과는 다른 심리현상이다. 그러므로 위빳사나와 사띠는 결코 같은 뜻으로 쓰인 것이 아니다. 물론 사띠와 위빳사나는 전혀 무관한 것도 아니다. 위빳사나에는 항상 사띠가 함께 하기 때문이며 사띠의 작용 없이 위빳사나는 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띠는 위빳사나건 사마타건 유익한 마음작용에는 반드시 함께하는 심리현상이며 위빳사나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엄밀히 말하면 사마타와 위빳사나를 개발하는 단계 그 자체는 사마타도 아니고 위빳사나도 아니라고 해야 한다고 본다. 사마타는 4선-4처(욕계禪과 무색계禪)의 지고한 삼매의 경지이고 위빳사나는 바로 지금 여기에서 무상․고․무아를 통찰하는 경지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아직 이 둘의 경지에 이르지 못한 상태는 사마타나 위빳사나로 불러서는 안된다고 본다. 사마타나 위빳사나를 본격적으로 개발하기 위하여 마음챙김을 확립(sati-upaṭṭhāna, 念處)하는 단계라고 불러야 할 것이다. 마음챙김이 확고하게 될 때 사마타도 위빳사나도 성립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위 수행 3경들에서도 사마타나 위빳사나 대신에 사띠를 경의 제목으로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이해해야한다. 그러므로 남방수행법은 통틀어 ‘정념수행법’이라 해야 할 것이다. 그래야 부처님 원음과 일맥상통하게 된다고 본다.

셋째, 논자의 주장처럼 초선에서의 위딱까(vitakka, 尋, 일으킨 생각)와 위짜라(vicāra, 伺, 지속적인 고찰)가 과연 번뇌를 소멸하고 해탈열반을 실현하는 것과 직접적인 관계가 있는가? 논평자는 그렇지 않다고 보고 싶다. 초선에서의 위딱까와 위짜라는 모두 초선의 대상(ārammaṇa)과 관계있기 때문이다. 선=사마타=등지=본삼매의 대상은 개념인 닮은 표상이다. 초선(아비담마의 1/2선)은 닮은 표상에 대해서 일으킨 생각(위딱까)과 지속적인 고찰(위짜라)이라는 심리현상이 강력한 단계의 본삼매이다. 물론 희열(pīti), 행복(sukha), 집중(ekaggatā) 등의 마음부수도 강력하지만 특히 이 둘이 강한 단계의 ‘본삼매’이다. 이렇게 본다면 초선의 위딱까와 위짜라는 개념인 닮은 표상에 대해서 거듭거듭 생각을 일으키고 고찰하는 심리현상이지 법의 무상․고․무아를 통찰하여 空․無相․無願의 해탈을 실현하는 위빳사나와는 관련이 없다고 본다. 본삼매인 선의 경지 그 자체는 위빳사나와는 다른 심리현상이기 때문이다.¹⁰⁾ 물론 위딱까가 “위빳사나 수행을 가장 온당하게 뒷받침하는 심리상태”라는 논자의 일관된 견해는 평자도 적극 동의한다.

이상으로 거칠게 세 가지로 논자의 글을 논평해보았다. 위빳사나의 실현을 위해서 禪수행을 강조하는 논자의 입장을 전체적으로는 동의한다. 그러나 초기불교의 수행체계를 이해함에 있어서 남방불교의 교학체계를 결코 부정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라 한다면 논자의 글을 읽으면서 남방의 교학체계인 아비담마에 의거한 좀더 정확하고 구체적인 수행용어에 대한 개념규정이 필요하다고 느꼈고 이런 입장에서 논평문을 써보았다. 평자의 세련되지 못한 글이 논자의 훌륭한 글에 티가 되지 않기를 바라며 좋은 글을 감상할 기회를 준 임승택 선생께 감사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