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어찌하다보니 우연히 이곳을 찾게 되었습니다.

상담이라기 보다는 저 자신이 갈피를 잡지 못해서 글을 써보는 듯 합니다.

 

시작이 처음부터 위빠싸나 쪽에 관심이 있어서는 아니었습니다.

종교도 없고 위빠싸나라는 것도 아예 몰랐었죠.

 

제가 예전에 2년 전 쯤 시험에 대한 불안으로 정신적으로 굉장히 힘들었던 적이 있었습니다.

거의 보름간 극도로 공황 상태였거든요. 그렇다고 정신병원 다니고 그런건 아닙니다. 오해 없으시기를.

 

그때는 머리 속에 불안, 공포, 걱정으로 가득차서 혼자서 무언가를 생각하는 것이 어려울 정도였습니다. 그래서 이래서는 안되겠다. 나는 지금 비정상이다. 여기서 벗어날려면정상적인 사람들이 생각하는 대로 따라하는 것 뿐이다. 라는 생각에 그 당시 알바를 같이 하던 사람들을 따라했습니다. 행동도 생각도 .

 

기존의 자신을 완전히 놓아버렸습니다. 호흡이 코끝까지 올라와서 숨쉬기조차 버거웠었기 때문에 뒷날일을 걱정할 여유가 없었습니다.

 

그리고 운이 좋았는지 같이 일한 사람들이 대부분 긍정적인 사람들이었습니다.

그래서 같이 긍정적으로 생각하다보니 정상적인 사고를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그 중에 한명이 제 눈에 아니 제 마음에 강렬히 그리고 고요히 다가왔습니다.

 

뭐랄까 .. 다른 사람들을 관찰하고 있는 입장이었기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그 사람을 보면 굉장히 청정하고 고요했습니다. 조용하다는 뜻은 아니구요, 유머도 뛰어나고 배려할 줄도 아는 사람입니다. 게다가 있는 그대로 보고요. 거의 완벽해 보일정도로 중도를 지키는데 사람이 어떻게 저렇게까지 감정을 조절할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아니 아예 감정에 구애를 받지 않는 것 같았습니다. 마치 존재하지 않는 것 같기도 하구요. 30년 가까이 살면서 한 번도 본 적 없는 종류의 사람이었습니다. 어쩌면 제가 어리석어 그런 사람이 옆에 있으면서도 몰랐었을지도 모르지만 어쨌든 처음 겪는 일이었습니다.

 

기존의 가치관으로는 이해가 안가는 부분도 많았습니다. 그래서 그마저 버렸습니다.  이 사람은 어떤 생각을 하는 걸까 하는 궁금즘에 어떤 상황에서든 이 사람이라면 어떻게 할까를 생각하면서 따라하려고 애썼습니다. 말 한마디를 내뱉더라도 신중하게 또 생각하고 또 생각했습니다. 일종의 서원을 세워 발심을 한 것일 수도 있죠.

 

옆에서 느끼는게 말은 안했지만 그 사람은 항상 정신이 아래쪽에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머리속은 시원하게 아무것도 없고 그저 하단전쪽에만 바라보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이 때도 단전이라든가 이런거에 관심이 있던 때가 아니니까 그냥 느낌상

아래쪽에 잔잔히 평온하게 깔려있다는 느낌을 말합니다.

 

한동안 그 생각을 쫗아가려 애쓰다보니  어느 순간에 제가 사라졌습니다. 그냥 tv에서 보던 유체이탈처럼 분리되어서 몸을 바라보고 그런거는 아니고, 그냥 문득 정신과 몸이 분리되면서 이 몸뚱아리는 뭐지 하는 생각이 드는 겁니다. 그리고 내가 생각하는 나라는 것도 본래 없는 거구나 하는 생각도 들고 . 그 때부터는 의도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무슨 단계를 거치듯 생각이 발전되어 갔습니다. 우주 은하계까지 생각이 뻗치기도 하고, 그동안의 기억들에 대해 자연스럽게 참회가 되고, 자비관과 평등관이 생기고, 원인과 결과 또한 자연스럽게 의도 없이 머리속에 생성이 되었습니다.

 

처음 겪는 느낌이라 굉장히 신기하기도 하고 놀랍기도 하고 기쁘기도 했습니다. 물론 이때도 수행같은 건 몰랐기 때문에 그냥 나와 다른 이런 사람들은 이런식으로 사고하고 그릇이 크구나 하는 정도로 성격적인 문제인 줄 알았습니다. 한번은 사람들 가득한 시끌벅쩍한 곳을 지나가는데 어느 순간 상가 간판의 나무재질을 봤는데 뭐랄까 그냥 제가 나무인 겁니다. 저라는 게 아예 느껴지지를 않는 겁니다. 그 수많은 사람들 가운데서 투명인간이라도 된 듯 하기도 했구요. 어쩌면 그냥 그걸 즐겼습니다. 알아차리지 못하고요. 아니면 알아차리지 않구요.

 

위 같은 현상은 길지는 않았습니다. 그 사람하고 같이 6개월 일하고 5달정도 옆에서 보고 따라하다가 1달정도만 저랬으니까요.

 

더 이상 유지가 안된건 이제와서 불교나 위빠싸나에 관심을 두면서 책도 읽어보고 하니

그 즐겁다는 걸 알아차리지 않고 즐겼기 때문인 것도 같습니다. 제가 따라했던 그 사람은 분명 기쁨도 알아차리고 중도에 머물러 있다는 걸 보아서 잘 알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저는 이 기쁨을 왜 그냥 즐기면 안돼는지를 몰랐습니다. 그리고 어느새 점점 탐심도 커져갔구요. 

 

그리고 또 하나의 원인이 있다면 알바 끝나고 그 사람하고 같이 생활할 시간이 없고 , 하필 그때 만난 다른 사람 중 밑도 끝도 없이 부정적인 사람때문에 화를 너무 많이 낸 탓도 있는 것 같습니다. 옆에서 계속 한숨 쉬고 하루종일 부정적인 애기만 하고 그 정도가 심하여 불안정해 보이기까지 했습니다. 이 사람을 자신이 바뀌지 않는 한 나나 누군가가 바뀌게 하지 못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때문에 속으로만 끙끙 앓았고 심지어 입술이 아주 하얗게 뜰 정도로 몸이 안 좋아졌습니다.

저도 바뀌게 된 것이 자신이 바뀌고자 하는 의지도 있었지만, 다른 사람의 평온함에 영향을 받아서 자연스럽게 바꼈다는 생각이 강렬해서 내 자신이 평온함을 유지하는 것만이 내가 할 수 있는 전부일뿐이고 이 사람이 바뀌고자 함은 오로지 자신의 선택에 달린 문제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그냥 일상적인 대화를 해도 듣지도 않고 그냥 모든 것을 부정적으로 애기하는 것이  답답하고 화도 나고 제 자신에 대해서도 화가 났습니다. 저도 제가 따라했던 그 사람처럼 모든 사람에게 자비심을 내고 도움이 되고 싶었는데 점점 화만 커져갈 뿐이었습니다. 아마 이것조차 탐심이겠죠.

 

그리고 그런 과정속에서 의문이 커진 것이 내가 그런 평온함을 가졌던 것이 내가 바뀌려는 의지가 있었기 때문일까 아니면 그 사람의 있는 그대로 보아주는 평온함에 영향을 받은 걸일까 하는 의문이 계속 커져갔습니다.

 

물론 이건 중요하지도 않고 굳이 재고 따지지 않으면 둘 모두가 합쳐져서 나온 결과이겠지만 이상하게도 계속 마음에 걸렸습니다. 옆에서 받는 영향이 너무도 컸기에 그건 내 의지라기보다는 그 사람의 영향이었나 싶은 생각이 들어서 저는 한없이 작아져 자괴감에 빠지기도 했구요.  모든 것의 무상함을 한번 경험했었으면서도 그 과정이 다른 사람을 닮고자 따라했던 것이기 때문에 과거의 나라는 것이  그것이 너와 그사람의 차이라며 계속해서 발목을 잡았습니다.

 

그 상태로 이 부정적인 사람과 어쩔 수 없는 일로 6개월을 같이 있다가 몸이 너무 않좋아져서 더 이상 안 만났습니다. 어쩌면 이 사람에 대한 화보다 그렇게 한순간 자비심과 평등심으로 가득찼다고 이제는 자신있다고 믿었던 제 자신의 아만심과 위선적인 모습에 화가 났던 것일 겁니다.

 

그 이후부터는 과거에 다시 묻혀서 제대로 좋았던 때처럼 되지를 않습니다. 탐심인지는 알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기 때문에 자꾸 그 평안함에 이르고 싶다는 것이 욕심으로 나타나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그 때를 생각하면서 어떻게 해서 그런 상태에 머물러 있을 수 있었을까 하면서 자꾸 원인을 생각해보게 되고 혹시 단전호흡과 관련이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들어서 기수련장도 6개월 정도 다녔었습니다. 하지만 이건 뭔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던 참에 우연히 동네 선원이라는 곳에 명상이라고 써 있는 걸 보고 찾아가 보았습니다.

절에 한 번도 가본적이 없었지만, 제가 느꼈던 무상함이라던가 인과관계라는게 불교와 관계있지 않을까 싶어서 찾아갔습니다.

 

그래서 스님께서 책도 빌려주시고 하셔서 처음으로 불교서적도 읽어보고 했는데, 제가 느꼈던 것과 거의 같은 겁니다. 그리고 명상할 때는 선정을 유도해주실 때가 있는데

우주 은하계까지 또 그 이상 구체적으로 같은 걸 이야기 하시는 걸 듣고 내심 깜짝 놀랐습니다.

그리고 깨달음에도 단계가 있다는 것도 들었구요.

그래서 나는 한참이나 부족했구나 하는 생각도 들고 뭔가 불교에서 찾을 수 있는게 있겠다 싶어서  다녀보기도 하였습니다. 그런데 제 발심이 부족해서인지 잘 안되었습니다.

기수련장에 다닐때도 그랬고 선원에서 호흡을 관하는 명상을 할 때도 잘 안됬습니다.

 

솔직히 그렇게 오래 하면서도 여기가 단전이구나 하고 자연스럽게 알았던 때가 딱 한 번 그것도 채 1분도 안되었습니다.

집중도 안되었을 뿐만 아니라 너무 의도적으로 하는 감이 있었습니다.

 

사실 위에서 제가 따라해서 선정에 들어갔을 때는 그 사람이 생각하는대로 행동하는대로 청정하게 자비심과 평등심을 가지려 애써서 그랬고 호흡에는 전혀 신경쓴 적이 없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또 호흡이랑 지혜랑은 전혀 상관 없는 거라는 애기도 들었습니다.

단전호흡은 기순환을 잘 되게 해서 몸을 건강하게 하여 수행의 기반이 되게 하고, 다른 마음 공부를 해야 지혜가 생기는 거라고요. 그 말이 맞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지금은 개인적 사정으로 선원도 못 나가고 있습니다.

그래서 책을 찾아보다 우연히 위빠싸나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궁극적으로 지금은 너무 그 때에 매달려 있는 것 같습니다.

그 때의 평안함에 대한 욕심도 있고, 또 그 때만큼 간절함도 크지 않아 발심이 안되는 것 같습니다. 무상함을 느꼈을때도 이것저것 귀찮은것이 아니고 더 열심히 살아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었는데 지금은 혼란스러운 상태입니다.  어떤 것에도 집중이 잘 안됩니다.

 

지혜에 대한 갈망 내지 욕심이 커서 호흡을 관하는 이익에 대해서도 관심이 잘 쏠리지를 않습니다. 호흡을 봐야 할 때도 여러 망상과 함께 여전히 그 사람이었으면 어땠을까 하고 생각하게 됩니다. 바로 옆에 있을 때는 그 사람이라기 보다는 그 사람이 생각하는 지혜를 바라보고 따라했었는데 , 지금 와서 생각할 때는 자꾸 그 사람이었다면 쪽으로 그러니까 과거로 돌아가게 되면서 현재 지금에 깨어있지를 못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너무 머리로만 생각하려고 해서 상기되어 그런지 맑지가 못하고 빡빡한 느낌이 들 정도입니다.

 

위빠싸나 책을 보다보니 사마타 수행과 위빠싸나 수행을 나누어 어떤 사람은 호흡수련보다는 통찰수행이 더 나을 수 도 있다고 하는 것 같았습니다.

저는 자꾸 지혜쪽으로 생각하려는 것과 호흡을 바라보는 것이 상충하는 것 같습니다.

분명히 호흡수련의 이익이 있고 지혜를 얻는 과정에 아주 무관한 것은 아닐 터인데 , 제대로 해본 적이 없고 그 경험으로 인한 느낌이 없기도 하고 노력이 부족하여 잘 안되는 듯 합니다.

 

너무 장황하게 글을 썼는데 죄송합니다.

갈피를 잡기가 어려워 무엇을 말씀드려야 하는지 몰라서 글이 길어졌습니다.

딱히 쓰고 보니까 질문이랄 것도 없습니다.

그래도 굳이 질문이라면 평안하던 그 때를 떠 올리며 길을 찾고자 하는 것이 어느 정도 도움이 될런지 하는 것과

부정적인 사람과 어떻게 지내야 하는 건지 궁금합니다. 어디 글을 보면 부정적이고 불안정적인 사람은 멀리하라고 하였는데 평등심을 가지고 대해야 하는 것과 어떻게 조화를 시켜야 될지 모르겠습니다.

그냥 이런 상태에서 수행에 보탬이 되는 말씀이 계시면 한마디 듣고 싶은 바람입니다.

말씀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