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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처음 호두마을을 다녀와서 [feat. 5월의 호두마을 사진들]
  글쓴이 : 대명     날짜 : 17-05-12 20:20     조회 : 830     추천 :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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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호두마을을 다녀와서

  


  


호두마을 어떤 곳이지? 이런 생각으로 홈페이지에 들어왔던 때가 기억난다. 그러고도 몇 년이 지났을까? 궁금했던 호두마을에 드디어 다녀왔다. 9일간의 긴 시간동안 위빠사나 명상과 사랑에 빠졌다. 당시에도 행복했고 지나고 나니 너무나 아름다운 추억이 되어가고 있어 행복하다. 봄꽃 가득했던 5월의 호두마을. 다른 누군가의 시선으로 잠시 만나보시길 바란다. 호두마을이 어떤 곳일까 처음 홈페이지 방문하신 분들에게도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호두마을을 방문하기 전 몹시 심각한 슬럼프에 빠져있었다. 어떤 고마운 분이 명상을 권해 주셔서 한동안 잊고 지내던 명상에 대한 기억을 떠올렸고 어디를 갈까 하다가 문득 예전에 가고 싶어했던 호두마을이라는 곳이 생각이 났다. 처음엔 4, 그러다 7, 결국에는 910일까지 통 크게 마음먹고 끈적거리는 생계에 대한 걱정을 과감하게 뒤로하기로 했다.


  

 

천안역에서 버스를 타고 광덕4리에 내려 20분을 걸어 올라오니 호두마을이 나타난다. 첫 풍경은 독특한 이름처럼 흔한 절간의 느낌과는 달랐다. 흔히 입구에 세워지는 사천왕 대신 다정한 돌탑이 나를 반긴다. 호두마을은 수행을 위해 만들어졌다고 한다. 그래서 불교 이외의 타종교 분들이 와도 편하게 접근할 수 있을 것 같다. 불교의 흔적을 굳이 찾는다면 새벽 4시 올리는 예불 정도일거라고 본다. 당연히 절을 하든가 예불에 참석하는 건 전적으로 개인의 선택이다


 

    

도착하자마자 참 신기했던 건 숙소를 향해 올라가다 만난 토끼 때문이었다. 사람에게 막 다가온다. 토끼가 원래 이렇지 않는데. 사람을 무서워하지 않는 호두마을 토끼들. 그래도 만질 수는 없을 정도의 거리는 둔다. 밀당토끼다. 고양이들도 많다. 다행히 토끼가 워낙 빨라 토끼사냥은 하지 못한다고 한다. 그 중에 한 마리는 다가와 내 다리 옆에 달라붙는다. 한 마리만 그랬던 거 같다. 이녀석들이 동물 좋아하는 분들에겐 활력소를 줄거다.


    


그리고 호두마을의 밥은 너무 맛있다.^^ 반찬 중에 채소는 텃밭에서 직접 키운 유기농채소로 만든다. 푸드마일리지가 거의 제로라서 쌈 채소가 정말 너무 맛있다. 화학조미료도 전혀 안 쓴다고 한다.



그리고 테라와다 전통은 오후불식이라고 한다. 그래서 오전 6, 오전 11시 공양을 마치고 나면 그 사이 19시간 동안은 식탐을 잠시 내려놓아야 한다. 위가 너무 충격을 받을까봐 오후 5시경에 과일주스를 마시는 시간이 있다. 명상을 해서 그런지 그렇게 허기가 진다는 생각은 안 들었다. 하지만 그래도 군대를 제대한 이후로 다음날 있을 식사시간을 미리 상상해 봤던 건 이번이 처음인거 같다. 돌아와 체중계를 보니 9일 만에 2kg 정도가 빠졌다. 그리고 나와서도 불필요한 음식 섭취를 줄였더니 합쳐서 3kg 가량이 빠졌다. 지금까지 얼마나 불필요하게 맛을 탐했던가 싶다.


  

 

그리고 이건 제 개인적인 경험이었는데 숙소 앞에 철봉이 하나 있었다. 원래 팔 힘이 약한데다 한창 때가 지나니 턱걸이가 두 개도 힘들 정도였다. 매달리는 것조차 15초를 넘기기 힘들다. 헬스장에 다녀도 턱걸이는 재미가 없을뿐더러 해도 늘지도 않으니 시도해보다 포기하기를 반복했다. 그런데 마침 숙소 바로 앞에 있길래 지나다닐 때마다 한 번씩 매달리기로 마음을 먹었다. 산중에서 별로 오락거리가 없는 심심한 탓도 있었을 것이다.^^ 그래봐야 하루에 5,6번 정도 되나. 아주 힘들 정도까지는 아니라도 제법 버티려고 하면서. 매일 매일 9일 동안 했다. 처음에는 매달리기만 하다가 나중에는 턱걸이도 조금씩 섞어서 했다. 결과적으로 마지막날 결과는 턱걸이 7, 매달리기 110초까지 늘었다. 내 수준에선 이 정도면 기적이다. 내가 다닌 수많은 헬스클럽이 못 해낸 걸 호두마을이 해내다니. ^^ 우리가 시도하는 수많은 것들이 시설이나 환경이 안 좋아서 실패하는 걸까 생각해 본다. 조금 해보다 안 되니까 버럭 화를 내며 돌아서 버리는 게 얼마나 많을까. 필요했던 건 그냥 꾸준하게 조금씩 끊임없이 밀어붙이는 게 전부였는데. 우리 마음은 그조차도 기다려 주지 않았던 일들이 많았을 것 같다. 뭐든 욕심내지 말고 조금씩 조금씩 하기. 수행도 그러하리라 생각된다

   

  

 

아마 호두마을에 와보셨던 분들은 여기서 가장 많이 듣게 되는 말과 마음속으로 가장 많이 생각하는 단어가 사띠라는 걸 잘 아실 거다. 밖에서 호흡명상을 많이 한다고 했는데 왜 그렇게 하는지 어느 방향으로 가는지 생각지도 않고서 그냥 열심히 호흡을 봤던 것 같았다. 처음에 제대로 사띠를 두는 게 무척 힘들었다. 결국 어떻게 하는 지를 조금씩 감을 잡았고 거의 거기에다 9일을 다 썼다. 나오면서 사띠 하나 챙긴 것에 만족한다는 마음이 들었다. 무슨 대단한 체험보다 더 중요한 건 사띠의 소중함을 알게 되었다는 것. 그 말은 수행은 수행처에서만 하는 게 아니라 일상으로 돌아가서도 할 수 있다는 걸 의미한다. 매 순간 사띠. 이 말이 얼마나 매력적인지. 내게 정말 위대한 발견이었다. 좌선을 해야만 명상을 하는 게 아니라 밥 먹을 때도 잠자려고 누울 때도 걸을 때도 화장실에서도 일하면서도 언제든

알아차림,

알아차림

그리고 알아차림.


    

 

그리고 사띠에 관해 호두마을에서 들었던 스님의 말씀 중에 가장 인상적이었던 말이 있다. “사띠를 둔다는 건 나를 관찰한다는 것이고 그건 나를 가장 사랑하는 방법이며 동시에 사랑하는 유일한 방법이다.” “그래서 우리는 사랑하는 만큼 나를 관찰하게 되고 관찰하는 만큼 나를 사랑한 것이다.” 처음에는 말로만 맴돌았는데 다시 일상으로 돌아와 보니 이 말의 위력이 실감난다. 나를 지켜볼수록 내 안에 에너지가 차오름을 느낀다. 얼마나 이렇게 되기를 기다렸을까. 그 먼 곳까지 나를 인도했던 건 그렇게 절박했던 내 안에 외침이었을 것이다

  

  

 

스님과의 만남도 참 좋았다. 위빠사나는 전문적인 지도자와의 인터뷰가 꼭 필요한 수행이구나라는 걸 이번에 절실히 느꼈다. 위빠사나. 의외로 참 어려운 수행이라는 결론을 내리고 싶다. 왜냐면 혼자 하면서 그렇게 힘들었고 작심삼일, 용두사미가 되었던 적이 많았기에. 그러나 위빠사나가 문제가 아니다. 성장하지 않는 방법으로 접근한 나의 위빠사나가 문제였지. 명상이 갈수록 점점 흥미를 잃고 잡념과 망상이 심해지면 한번쯤 전문 수행처로 떠나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그리고 호두마을은 참 특이한 수행처다. 아마 전국을 통틀어 가장 규제가 없는 명상센터가 아닐까 싶다. 아니 없어도 없어도 어떻게 이렇게 없을 수가 있지? ^^ ‘규제’, ‘규율’, ‘엄격’, ‘예법같은 단어는 호두마을에 없다. 몇 시에 기상을 해야 하고 수행은 몇 시부터 하고 이 건 안 되고 이건 해야 되고 이런 게 없다. 있더라도 강요하지 않는다. 알아서 지키도록 내버려둔다. 안 한다고 나무라지도 않고 했느냐 확인하지도 않는다. 일과는 4시에 예불로 시작되지만 아무도 깨워주는 사람이 없다. 알아서 일어나야 한다. 난 거기 가기 전에 4시에 기상해 본 적이 거의 없다. 밤을 새우고 4시에 잔 적은 있어도. 그런데 재미있는 건 아침잠이 많긴 하지만 한 번도 실수 없이 4시에 일어났다는 것.



수행일정에 적힌 좌선과 경행 시간이 있지만 꼭 지킬 필요도 없다. 그 시간에 밖에는 벤치에 앉아 명상하는 사람도 있고 평상에 누운 사람도 있다. 토끼와 놀고 있는 사람도 있고 연못가에 한가로이 앉아 있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쉬고 있는 게 아니라 다양한 장소와 행위에서 사띠를 두는 연습을 하고 있는 중이다. 자율 속에 스스로의 규율인 셈이다. 하지만 그렇게 스스로 만든 규율의 느낌은 아주 자유롭다. 낭만적이다. ^^


  

 

왜 수행처에서 당연히 있을 법한 엄격함이 없는 걸까? 떼자사미스님은 그 이유에 대해 이렇게 설명한다. “수행은 얼마나 집중적으로 하느냐보다 얼마나 꾸준히 하느냐가 훨씬 중요하다. 여기 와서 며칠 독하게 명상하게 만들려면 그렇게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정작 일상으로 돌아가서는 다시 원위치 되고 명상은 여전히 부담스럽고 강제적인 느낌이라면 그게 무슨 소용이 있는가. 그런 식으론 삿띠가 절대 자라지 않는다.”라고.


  

 

9일간의 위빠사나. 붓다의 수행법. '내 안에 무엇이 바뀌었을까?' 스님은 말씀하신다. 위빠사나는 그저 편안해 지려고 하는 수행이 아니라고. 테라와다의 위빠사나는 궁극적으로 고(), 무아, 무상에 대한 체험으로 이어져 있다고 한다. 그 말은 인생관을 송두리째 바꿀 수 있을 만큼의 강력한 힘이 있다는 뜻이다. 그리고 마침내 내게도 그 혁명이 막 시작되었음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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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지기   17-05-13 09:01
사두 사두 사두.........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