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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치듯 1박2일 ‘자율수행’ 호두마을
  글쓴이 : 대명     날짜 : 17-06-07 01:21     조회 : 660     추천 :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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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치듯 12자율수행호두마을

* 지난 5월말 호두마을을 잠시 들렀어요. 두번째 방문이었죠. 오늘 시간도 나고 해서 그 때 생각도 정리할 겸 사진 몇 장을 붙들고 글 한 자 적어 봅니다. 꽃들이 참 아름다웠습니다. 잠시 호두마을 산책이나 하시길..     

  

꽃들은 여전히 아름다웠다. 한층 더 절정으로 향해가고 있는 듯했다. 5. 꽃은 일부러 아름다운 모습을 보여주려 하는 것도 아닌데 지켜보는 우리에겐 눈이 부시다.

  

  

일부러 애쓰지 않고 일부러 드러내지 않아도 꽃들은 저마다 선명하게 다르다. 이름도 가지가지다. 자연에 순응하지만 자기다움은 지켜나간다. 어쩌면 가장 그 꽃다움에 우리가 반하는지도 모르겠다.

    

 

우리는 얼마나 자신의 색깔과 향기를 잘 간직하고 있을까. 세상 풍파에 뒤섞여 무엇이 내 진짜 빛깔이며 향인지 헛갈린다

  

  


호두마을에서 그 잃어버린 나다움을 다시 찾고자 한다. 그러기 위해 버리고 비우고 지운다. 가려진 온전한 내 모습이 드러날 때까지. 그 모습은 저 5월의 꽃들처럼 아름다울까?

  

  

살금살금 다가가려고 하면 그 때마다 부담스러워 한 걸음씩 멀어지던 토끼.



그러다 선물의 중요성 발견한다. 거창할 필요도 없다. 그저 선물은 마음만 담는다면 충분하다는 말이 이해가 된다. ‘늘 지켜보다가 이걸 좋아하는 거 같아서 준비했어.’ 이런 마음을 토끼에게 전한다. 흔하디흔한 풀 하나로. 그리고 잠시 친구가 되었다.

 

 

  

고양이와도 금세 친해진다. 아예 경계심 없이 내 옆에 와 누워 버린다. 아이 컨택은 없지만 나를 반겨주는 마음을 느낀다.



무심한 듯 무심하지 않은 듯 야단스럽지 않은 모습이 이 곳 수행처와 잘 어울린다.

   

 

지난 번 연못 물은 참 탁했었다. 바닥이 잘 안보일 정도로.



이번엔 연못 물이 참 맑다. 졸졸졸 흘러 들어가는 한 방울 한 방울이 무섭다. 결국 그 한 방울이 연못 물을 맑게 만들었다. 한 방울의 위대한 힘을 보여주려고 만든 연못일까. 파란색 파이프에서 지금 이 순간도 변함없이 똑똑똑.    

  

  

 




일상에서도 수행처인 듯 간절한 마음일 수는 없을까?”

 

사실 급조하다시피한 짧은 12일 호두마을 방문은 바로 이와같은 의문에서 출발했다. 

   

 

지난 번 첫 방문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어느 날 스님과의 인터뷰 시간에 어느 도반이 했던 말이 있었다. 스님, 여기 오면 다 될 것 같은데 왜 세속으로 돌아가면 잘 안 될까요?” 오래 호두마을을 다녀가신 분의 말이라 더 무게감이 있게 느껴졌다초심자같은 가벼운 질문에서 고수의 깊은 고뇌를 느낀다. 일상에서의 수행과 이곳 수행처에서의 수행의 차이가 있다? 왜 수행심이 이곳을 떠나면 물러날까?

 

  

 


호두마을에서 돌아와 처음에는 사띠를 두는 게 너무 쉬웠다. 과연 수행이 이렇게 간단해도 될까? 진짜 이것만 하면 되는거야? 뭔가 참고 견디는 뿌듯함이 없다고 아쉬워하기까지 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망상이 나를 덮치고, 탐심과 진심에 휘둘리며, 조급한 마음과 좁은 마음들이 나를 가득 채운다. 서서히 말라가는 나무처럼.


  

 

일상이 곧 수행인데. 하루가 온 종일 명상인데. 왜 너무나 쉬울듯한 사띠를 두는 게 안 될까. 그런 마음에 휩싸여 있다가 마침 12일 시간이 비길래 짧더라도 호두마을을 다시한번 찾자는 생각이 들었다. 거기 가면 뭔가 충전이 되고 힐링되겠지 싶었다.



그러나 두 번째 방문은 지난 번 떼자사미 스님의 집중수행기간과는 너무나 달라져 있었다.



  

  

아무도 없다

  

  

물론 아무도 없지는 않았지만 수행을 할 땐 거의 나 혼자였다. 이름도 자율수행이라고 한다. 스님과의 인터뷰도 없고 오전 법문도 없다. 예불도 없고 북적임도 없다. 지난 번 명상이 좋았던 건 그 도반분들의 역할이 컸구나 절감했다.

  

 

 

그래도 혼자 하는 자율수행이 꼭 허전한것만은 아니다. 또 다른 묘미가 있다고 할까. 아무도 사람이 없는 수행홀이라도 그래도 수행홀이었다. 그래서 마음이 경건해 진다. 널찍한 수행홀에서 혼자라서 경행 코스도 굉장히 크게 돌아본다. 혼자다보니 자연스럽게 집중하는 시간은 줄었고 저번보다 더 자주 쉬었다. 그 또한 좋은 경험이 된다. 따뜻한 봄볕 맞으며 주위 꽃들을 산책하고 사진도 찍고 감상한다. 올 땐 집중수행을 생각하고 왔지만 나도 모르게 휴식형이 되어 있었다.


  

  

'이런 줄 알았으면 오며가며 차 시간 낭비하지 말고 그냥 집에서 명상했어도 되는 건데.' 이런 생각이 문득 떠올랐다. 자율수행? 자율수행은 뭔가를 참 많이 닮았다. 다름 아닌 내 일상.” 올 필요가 없지 않았나 싶을 정도로 흡사하다. 세속에서의 외로운 수행. 차라리 싸움이라고 부르고 싶을 정도로내게 조언해 줄 사람도 없고 좌선한 도반의 뒷모습도 없는 게 내 일상이다  


 


바로 그 순간 스치는 생각 한 줄기. '자율수행을 와서 일상과 별 차이가 없다는 생각을 하듯 왜 일상에 돌아가 수행처와 다를 바 없네라는 생각을 하지 못하는 걸까.'

    

 

어쩌면 일상을 수행처와 다른 공간이라고 인정하는 시점이 수행의 하향곡선은 시작되지 않을까 생각된다. 그래서 만약 내가 일상으로 돌아온 것이 아니라 여전히 수행처라고 생각하게 한다면 많이 달라질 수 있지 않을까? 여기서 핵심은 어떻게 그렇게 뇌가 확신할 수 있게 만드냐는 부분이다.

    

 

여긴 내 집처럼 보일 뿐 사실은 청정한 수행처이며 출가자가 아닌 듯 보이나 사실은 머리만 길렀을 뿐 재가출가자다.이렇게 한번 생각을 전환하는 걸 목표로 해서 수행을 해보기로 한다. 앞으로 100일 동안.    


다행스럽게도 이 일상 속의 수행처에는 도반도 있었다혼자가 아니다. 자신을 관찰하는 위빠싸나의 수행을 통해 보이지 않았던 친구, 나 자신의 존재를 서서히 선명하게 느끼게 될 것이다. 그 어떤 가까운 도반보다 혹은 배우자보다 더 나를 믿어주고 이해해주고 늘 관심을 가질 대상이 존재한다. 바로 '나'. 내 최고의 도반이다   

 

  

 

다이소를 방문했다가 우연히 반가운 색을 만나게 된다. 테라와다와 어울리는 색이다. 떼자사미스님은 수행이 더 잘된다는 말을 듣고 곧바로 출가를 결정하셨다고 한다. 나는 수행이 더 잘될 거라는 믿음으로 5000원짜리 와인색 티셔츠 한 장을 산다.

  

  

“여보게! 어떤 한 사람이 논두렁 밑에 앉아서 그 마음을 청정히 하면 그 사람이 바로 중일세. 그 곳이 절이야. 그게 바로 불교라네.” - 책 '지금 여기 깨어있기' 중에서



수행심이 일상에 묻혀 서서히 사라지게 될까?
아니면 수행의 마음이 환하게 일상을 수행처로 만들까?


나는 어떤 길을 걷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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