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새벽에 명상센터에 도착했다. 천안 끝부분. 생각보다 산골에 위치해 있었다. 아침 서리가 깔려 있는 외진 논둑길을 따라 조용한 산 속으로 들어갔다. 차를 파킹하고, 사무국에 들러. 간단히 주의 사항을 듣고 책과 일정표를 받고
방을 배정 받았다. 202호. 2층 두 번째 창이 보이는 곳이었다. 짐을 풀고 간단한 복장으로 갈아입고 사사나 스님과 인터뷰를 했다.
아주 기초적인 명상 자세를 알려 주셨다. 그리고는
대법당으로 갔다.
그곳에는 행선(걸으면서 하는 명상)을 하는 도반들과
좌선(앉아서 하는 명상)을 하는 도반들이 열댓 명 정도 있었다.
난 좌선을 하는 도반 들 맨 뒤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처음에는 3 시간 정도의 명상을 했다, 한참 하다 보니
잠을 자고 있는 나를 발견하고
다시 호흡을 가다듬고.
스님은 사띠를 하라고 하셨다.
호흡을 하고 있는 배의 들고 남을 느끼라고 하셨다.
그런데 그걸 느낌과 동시에 오만 잡상들이 다 떠올랐다.
학교 일. 학생들.
엄마, 오빠, 내 동생들 오만가지의 생각들
11시 공양을 마치고 호두마을 주변을 산책했다.
그곳에서는 철처히 묵언을 지켜야 하기 때문에 다른 도반들과는 한 마디도 하질 않았다.
하고 싶지도 않았고
마을길을 따라.
천천히 산 속을 향해 걸어 올라갔다.
호두나무가 무척 많았다. 그래서 호두마을이구나....
빈 가지에 호두나무의 아름다운 뻣침을 바라보며. 호두나무의 남성적인 힘을 느낄 수 있었다.
겨울 햇살이 따뜻했다.
난 다시 대법당으로 돌아와 명상을 시작했다.
일정표를 보니
1시간은 좌선
1시간은 행선을 해야 하는 거였다.
난 무턱대고 좌선만 했다.
나도 다른 도반들처럼 천천히 행선을 했다.
1분에 두세 걸음을 갈 정도의 느림.
그 느림의 명상을 비구니 스님들도 하고 계셨다.
나도 그분들의 걸음에 맞추어 천천히 걸어 보았다.
힘들었다. 자꾸 몸이 흔들리고 앞으로 나가게 되었다.
늘 빠른 걸음, 동동 거리던 나의 걸음 자세를 한 순간에 잡기가 힘들었다.
그래도 가능하면 아주 느리게 걸어보려고 노력을 했다.
그리고 다시 좌선
난 참회하는 기분으로 좌선에 임했다.
그런데 갑자기 눈물이 올라왔다. 왜 그런 잡상들이 떠오르면서 눈물이
피눈물이 흐르는지.
가여운 중생.
난 사사나스님에게로 가서
왜 자꾸 잡상들이 또 오르는지. 명상은 안 되고.
스님은 나를 보고 갓난아이라고 말씀하셨다.
잡상들은 강호동. 어린아이가 씨름 선수인 강호동을 단숨에 이길 수 있느냐고...
그냥 사띠를 계속하라고 하시면서...
스님 자신의
삶도 엉망이었지만, 수행을 통해서 삶의 기쁨을 되찾았다고 하면서
울고 있는 나를 바라보시면서 수행을 꾸준히 인내를 가지고 하라고 하셨다.
꾸준히
인 내.
나에게 남은 건
인내밖에 없는데
해 보지 뭐,,,,,
그리고 다시 법당에 들어가 수행하는 도반들 무리에 끼었다.
저녁 공양은 쥬스 한 잔이었다.
그 한 잔을 마시고
다시 법당으로 들어가 좌선과 행선을 번갈아 가면서
수행을 했다.
나를 버리기 위해
나는 본래 없었다는 스님의 말씀대로
나에 집착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숨이 들고 나는 내 단전에 집중하려고 했다.
단전을 바라보고 집중을 했으나.
에외없이 생각들이 밀치고 떠올랐다.
어렸을 때의 일도 잠시 떠오르다. 다시 현재의 많은 고민거리들이,
잡상들이 떠올랐다. 그런 많은 생각들을 끌어 안고 내가 살고 있었다.
기가 막혔다.
어떻게 살고 있었던 건지.
그 상태로 어떻게 숨을 쉬고 있었던 건지.
불가능한 일이었다.
한 가지 일도 힘든데
그 많은 무거운 짐들이 내 마음 속에 들어차 있었으니.
휴지통이 꽉 차 있었으니
그걸 비우지 않으니
자꾸만 넘치고 내 주변이 더 지저분해지고
정말 걷잡을 수 없는 상황으로까지 가는 거였다.
눈물은 더 이상 나오지 않았다.
나를 보면서
열도 오르다,
허리도 무겁다가
어깨도 결리다가
내가 내 몸이 버거워지면 다시 행선을 했다.
그리고 9시에 숙소로 돌아와
간단히 씻고 그대로 잠이 들었다, 중간에 너무 추워서
이불을 하나 더 뒤집어 쓰고 그래도 자다가 추워서 자리를 옮겼다., 창가에서 문가 쪽으로
그랬더니 춥지 않았다.
새벽 4시 예불이 있다고 해서 그 시간에 깨어나려고 했으나
결국 잠의 유혹을 이지기 못하고
다시 잠이 들어 5시에 기상을 하고
다시 법당으로 갔다,
법당으로 내려 가는 길에 하늘을 올려다 보았다.
북두칠성, 북극성, 카시오페아.
세 개의 대칭선이 확연한 새벽하늘을 올려다 보면서
어린 시절 별을 보면서 신기해 하고 꿈을 꾸었던 생각이 스쳤다.
아! 별.
나의 꿈.
나의 어린 시절....
그걸 잠시 느끼다가 대법당 2층으로 올라갔다.
대부분의 도반들은 이미 수행을 하고 있었다.
아마 내가 가장 꼴찌로 온 듯했다. 게으름까지.
좌우간 다시 방석을 깔고 자리를 잡고 아침 명상을 시작했다.
6시 아침 공양이 있기 전까지,
어깨가 조금 무거웠다, 침 삼키기도 힘들고
그래도 명상을 했다. 조금 두려웠다. 또 잡생각들이 올라올까 봐.
아니나 다를까 잡생각이 밀고 올라왔다,
이런 생각 저런 생각을 하다가
다시 행선
아침 공양을 알리는 종이 울리고
난 좌선을 풀고 다시 밖으로 나왔다.
별들이 여전히 초롱초롱 떠있었다.
아침 빛이 서서히 동쪽으로부터 빛을 밝히고 있는 그 시간에 까지.
난 다시
아! 새벽별.
쏟아지는 별들을 보면서
마음이 차분해 지는 걸
느꼈다.
그리고 아침 공양 간단히 죽을 먹고
양치를 하고
법당으로 들어갔다.
조금 초조해지기 시작했다. 점심 때에는 돌아가야 하는데
생각이 더 엉키고 있는 것을 느꼈다.
그래서 더 천천히 걸었다. 더 천천히 행선을 했다.
그리고 나를 보려고 노력했다. 건방을 떨지 말고
어린아이의
갓난아이의 눈빛으로 명상을 하자,
한 마디를 하고 다시 눈을 감고 수행을 했다.
잠이 얼핏 들은 내 자신을 발견하고
다시 깨어나 명상을 했다.
나의 초조함이 자꾸 명상을 방해했다.
그래도 다시 눈을 감고
시간이 흘러감을 연연해 하다가
10시부터 하는 회향(대청소)에 참석했다.
나는 소법당을 청소했다. 큰언니 같이 생긴 여자 도반 한 분과 함께 바닥이 무척 차가웠다, 청소하는 거에
익숙치 않았지만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 청소를 했다. 먼저 도착한 도반이 이미 소법당 문을 다 열어 놓으셔서
난 빗자루를 들고 그이와 반씩 쓸기로 했다. 법당은 넒고 반듯했기 때문에
청소하는데 힘이 들지는 않았다.
모든 도반들이 자신이 맡은 곳에 가서 청소를 하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대법당에서 방석을 터는 소리가 울림으로 들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