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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빠사나 참 좋습니다.
  글쓴이 : 빛나     날짜 : 14-03-19 16:35     조회 : 3924     추천 :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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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종교는 기독교입니다. 내 생애 내가 절에 가서 스님으로부터 불경을 배우는 때가 있으리라고는 정말 꿈에도 생각 못했습니다. 물론 여기 호두마을은 절이 아니고 명상센타이고 스님이 아니고 법사님이고, 불경이 아니고 위빠사나 수행법이지만요. 2층 대법당에서 법사님의 말씀을 들을 때, 내가 여기 절에 왜 왔나 하는 생각이 일어났습니다. 나는 원래 호두마을이 명상하는 곳인 줄 알고 몇 일간 명상을 하려 왔죠. 호두마을이 그렇게 불교를 기본으로 하고 있는 것은 잘 몰랐습니다. 법회가 시작되면 절을 하고, 법사님에게 절을 하고, 수행할 때도 절을 하죠. 모두가 처음 해보던 것이었습니다. 눈치로 따라 하기는 하였지만요.

그런 낯설음. 그런데 마지막 집에 돌아올 때의 느낌은 정든 고향을 떠나고 오는 느낌이었습니다. 다시 돌아오고 싶은. 경행할 때의 자유스러움, 수행할 때의 명료함, 법사님의 말씀 하나하나가 머리에 쏙쏙 들어오고. 묵언정진이라서 좀 답답은 했지만요. 맛있는 식사와 아울러 달가닥거리는 식기소리만 들리고. 숙소로 지나다닐 적에 만나는 도반들이 왜 그렇게 무섭게 느껴지는지. 첫날 꿈에 왠 남자들이 나를 막 자동차를 타고 추적해오는 것이 이 느낌 때문이었구나를 알았죠. 얼굴에 미소 좀 띠면 수행에 방해가 되나요. 좀 사람 지나치기가 좀 무서웠죠.

도경법사님의 말씀이 지금도 기억에 남아 있습니다. 초심자와 중급자나 다 지금 여기 수행하는 것에 달려 있다는 말씀. 도는 지금 이 순간에 있는 것이지 미래에 다가오는 것이 아니고, 과거에 있었던 것이 아니라는 말씀. 너무나 간단하고 명료한 가르침이었습니다. 나는 불교법이 이러한 자유스러움이라면 얼마든지 배울 수 있다고 생각되었습니다.

그리고 매순간 사티, 알아차림. 이런 귀중한 알아차림을 배울 수 있는 기회가 된 것은 너무나 행복했습니다. 이때껏 건성으로 사물을 알아차리고 사람 마음을 알아차린다고 생각했습니다. , , 마음, 머리, , 입으로 어느 것에도 억매이지 않고 사물에 대한 느낌을 가볍게 알아차린다는 이 수행법은 참 귀중한 보배다 라고 생각되었습니다. 단지 명상만 몇 일하고 돌아가겠다고 한 내가 이런 수행법까지 배우고 돌아간다는 것은 정말 행운이었습니다.

집으로 돌아오는 도중에서도 차의 정면과 신호등, 차에서 들려오는 엔지소리, 바람소리, 악셀레이트를 밟고 있는 발의 느낌, 운전대를 잡고 있는 손의 느낌, 그리고도 나의 숨을 알아차리고, 불편한 등허리 부분, 마음은 가볍고, 지금 떠오르는 생각은 무얼까? 하고 집으로 돌아왔죠.

집으로 돌아온 지 이틀이 되었네요. 순간 순간 사티를 붙잡기도 하였죠. 집에서도 호두마을에서 처럼 1시간짜리 명상을 해보았습니다. 집에 오니까 일상의 움직임이 많은지 다리는 한 시간 내 별 저리지는 않았습니다. 그런데 집중력은 많이 떨어져, 오늘 경험한 사건들이 머리에 계속 떠오르기도 하고, 어떤 때는 생각에 빠져, 사띠를 잊어버리기도 하였습니다. 호두마을에서는 생각을 떨치고 떠올리고 하는 것이 별 어려움 없이 순간순간 나타나고 없어졌는데 말이죠. 그리고 호두마을에서는 사오십 분이 지나면 다리가 저려오는 가운데서도 어떤 선명함이 형성되었죠. 마치 좌우로 움직이던 저울추가 중심을 잡고 정지한 듯한 느낌. 모든 것이 정지되고 숨만 불뚝불뚝 느껴지는 때가 있었는데, 집에서는 한 시간 명상을 해도 계속 흔들거리는 면이 느껴지고, 명료함이 호두마을에 있는 만큼은 아니네요.

그런데 이런 명상 수련 태도로 움직임 없이 책을 읽어 보았죠. 읽어보니까 책이 쑥쑥 눈에 들어왔습니다. 전에 같으면 한 시간 동안 몸을 이러 저리 여러 번 움직였을텐데, 지금은 한 번도 움직이지 않고 책만 보니까 집중력이 상당히 높아졌음을 알아차렸습니다. 역시 집중력을 높이기 위해서라도 호두마을 자주 찾아야 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오후불식을 왜 할까 생각도 했는데, 아침에 가볍게 일어나기 위해서는 저녁을 먹지 않는구나 생각이 들었습니다. 집에 돌아와서도 어제 오늘 저녁을 먹지 않았죠. 그래서 그런지 몸이 가볍고 새벽에 일어나는 것도 가벼워, 당분간 계속 저녁을 먹지 않을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저녁을 먹지 않으니까, 저녁시간이 많이 확보되고, 아침을 쾌활하게 맞이할 수 있어서 좋습니다. 식구들이 저녁을 먹으니, 시장함을 느끼기도 하지만.


얼나   14-04-28 11:11
수행처에서 수행자들이 웃지 않는다는 말을 가끔 들었는데요.. 그건 각자 자기수행을 열심히 한다는 증거

입니다... 수행이란 자기를 바라보는 수행이지 남을 보는 수행이 아니기에 쌀쌀하게 느껴질수 있죠.

원래는.. 다들 다정하고, 선한 사람들인데, 거기서는 일단은 묵언해야하고, 자신에 마음을 들여다 보아

야 하기에 긴장해서 그렇게 보일 수 있습니다.

명상센터에 자주 다니시다 보면  그런 생활이 아무렇지도 않고, 개인적으로 저는 호두마을이 너무 좋게만 느껴지더라구요..

처음에는 모든 것이 낯설고, 두렵기도 한데 좀 지나면 즐겁기만 하답니다.

암튼, 잘 읽었고, 좋은 성과를 얻으셨다니 좋고, 앞으로도 사띠와 함께하여 수행의 발전 바랍니다.